中企 가업승계는 미래다 … '부의 대물림' 아닌 '제2 창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기도 시화공단 금형업체 Y사 대표 L씨(69).1975년 회사 설립 후 30년 넘게 한우물을 판 덕에 '금형기술의 대가'로 꼽히는 그이지만,요즘 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졌다. 장남(37)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최근 세무 컨설팅을 받고 나서다. 연매출 300억원,자산가치 200억원인 회사를 물려주려면 무려 10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 것.
모은 재산이 많지 않은 장남의 경우 설령 가업을 승계받더라도 공장땅과 설비 절반을 떼어내 팔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L씨는 "어렵게 가업을 이끌어가는 중소기업에 훈장은 주지 못할 망정,되레 세금 폭탄을 퍼붓는 것 같아 섭섭하다"며 허탈해 했다.
국내 산업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해온 창업 1세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대다수 창업자의 연령이 60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경영 능력을 갖춘 후계자를 발탁할 시점이지만,여전히 일선에서 손을 뗄 수 없는 형편이다. 후계자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증여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기은경제연구소가 지난해 2월 3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 승계 애로 실태를 설문조사(복수 응답)한 결과 73.5%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이런 현실을 감안,가업을 잇는 중소기업에 한해 최고 50%인 상속.증여세율을 30%로 낮추고,가업 상속 공제율도 현행 2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지난 5월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 정도로 폄하하는 정서가 강한 탓이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가족 기업이 비가족 기업에 비해 매출액이나 순익 증가율이 10~40%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 승계를 '효율적 기업 지배구조'로 분석했다. 선진국이 원활한 가업 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의 최고 85%를 감면해주거나(독일),비상장 주식의 80%를 납세 대상에서 유예해주는(일본) 조치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일본 경제의 주춧돌은 '백세기업' 1만5000여곳(한국무역협회 추산)이다. 우리도 이제 중소기업 가업 승계를 제2의 창업이라는 시각으로 지원,백세기업 1만개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모은 재산이 많지 않은 장남의 경우 설령 가업을 승계받더라도 공장땅과 설비 절반을 떼어내 팔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L씨는 "어렵게 가업을 이끌어가는 중소기업에 훈장은 주지 못할 망정,되레 세금 폭탄을 퍼붓는 것 같아 섭섭하다"며 허탈해 했다.
국내 산업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해온 창업 1세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대다수 창업자의 연령이 60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경영 능력을 갖춘 후계자를 발탁할 시점이지만,여전히 일선에서 손을 뗄 수 없는 형편이다. 후계자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증여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기은경제연구소가 지난해 2월 3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 승계 애로 실태를 설문조사(복수 응답)한 결과 73.5%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이런 현실을 감안,가업을 잇는 중소기업에 한해 최고 50%인 상속.증여세율을 30%로 낮추고,가업 상속 공제율도 현행 2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지난 5월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 정도로 폄하하는 정서가 강한 탓이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가족 기업이 비가족 기업에 비해 매출액이나 순익 증가율이 10~40%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 승계를 '효율적 기업 지배구조'로 분석했다. 선진국이 원활한 가업 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의 최고 85%를 감면해주거나(독일),비상장 주식의 80%를 납세 대상에서 유예해주는(일본) 조치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일본 경제의 주춧돌은 '백세기업' 1만5000여곳(한국무역협회 추산)이다. 우리도 이제 중소기업 가업 승계를 제2의 창업이라는 시각으로 지원,백세기업 1만개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