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교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

독서망양(讀書亡羊)이란 말이 있다. '책을 읽다 양을 잃어버린다'는 말로,다른 일에 정신을 팔다가 정작 중요한 일은 소홀하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독서망양을 되뇌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건설안전(감리)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정부는 행주대교 붕괴 등 1990년대 초반 빈발한 대형 건설사고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특단의 대책으로 1994년 1월 책임감리제도를 도입했다. 책임감리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흐른 지금 대형 시설물을 이용함에 있어 안전을 염려하는 국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공사관리 효율화를 근간으로 하는 감리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유인 즉,책임감리제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공사관리에 효율화를 기한다는 논리다.

공사관리 효율화 방안의 골자는 '책임감리 대상범위 축소'와 '공무원 감독제 부활'이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감리제도 시행 15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의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는 생략한 채 단지 비용절감만을 위해 공무원 감독제를 부활한다고 하니 과연 국민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올바르게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책임감리제도의 시행성과도 간과된 측면이 있다.

아울러 감리원의 자질 및 윤리문제가 과장된 부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몇 차례 발생한 시공현장 안전사고는 우리 건설감리업계가 뼈저린 반성의 기회로 삼아 더욱 철저한 감리업무 수행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부는 전국 건설현장에 투입돼 있는 대부분의 감리원에 대해 자질과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평가절하해 책임감리 축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지적했다.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효율화(비용) 논리만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결코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느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