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광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업체다. 일반 소비자와 직접 연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닌 데다 외환위기 이후 회사에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매출 10조원대의 세계 3위 조선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은 이미지 광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불거졌다.

대우조선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올초 'OK사인'이 떨어졌다. 광고제작 예산이 배정됐고,대우조선해양을 대표할 만한 '모델 고르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기왕이면 세계적인 스타를 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최종 후보로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올랐다. 조선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크루즈선'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최근 선보인 '엘 크루'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도 적격이었다. 미국 지사를 통해 파악한 '톰 크루즈'의 의향은 긍정적이었다.

착착 진행되던 계획은 지난 3월 브레이크가 걸렸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광고 제작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산업은행은 당초 지난달 말까지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마치고 이달 중 매각공고를 낸 뒤 다음 달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지금쯤이면 매각공고가 나와야 할 시점.하지만 아직 전 단계인 실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매각 과정에 참여시켜 달라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산업은행이 팽팽히 맞서면서 매각 일정이 틀어졌다.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투자가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금처럼 주인이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 해 대우조선해양이 R&D에 투자한 금액은 121억원.매출액의 0.17%에 불과했다. 올해 R&D 예산은 30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2111억원)과 삼성중공업(1000억원 안팎)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톰 크루즈의 대우조선해양 광고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