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만일 약세장으로 전환하기 직전,즉 상승장의 막차에 몸을 실은 투자자라면 그 고통은 더욱 크고 깊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역사상 최고점인 2064포인트를 돌파한 후 최근까지 37%가량 하락했다. 게다가 언론에 등장하는 뉴스는 상처를 더욱 덧나게 한다. 미국발 제2의 신용위기,가파르게 오른 기름값,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금리,위축되는 소비,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등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이지 않다. 약세장에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악재로만 보인다. 마치 불행이 혼자서 오지 않듯이 말이다.

반대로 2007년 이전을 돌아보면 주식시장엔 온통 호재뿐이었다. 악재가 나오더라도 투자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역발상적 사고를 해보면 약세장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는 언제까지 약세장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확실한 사실은 이런 상태가 영원히 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약세장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적립식 투자법은 약세장의 좋은 동반자 역할을 한다. 매월 꾸준히 싸게 주식을 사 놓으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가가 다시 살아나는 시기에 보상받을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적립식 투자를 통해 재미를 본 시기는 2003년 이후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기록한 시기였다. 상승장에서 적립식 투자를 학습한 것이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가 힘을 발휘하는 시기는 오히려 약세장에서다. 약세장에서 길고 꾸준하게 지금부터 5년 혹은 10년 이상 투자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언젠가 시장은 다시 좋아지고 적립식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지금은 적립식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비록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해 지금보다 주가가 더 빠지면 더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흔히 투자 수익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는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하는 시기다. 문제는 이 시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것을 굳이 알려고 하기보다는 그 시점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것이 차라리 나은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런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적립식 투자다. 지난해까지 국내 펀드 투자자들이 강세장에서 적립식 투자를 학습했다면 이제부터는 약세장에서 적립식 투자를 공부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