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때문에 이전 고민

신한금융지주가 풍수지리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2004년 인수한 조흥은행의 옛 본점 건물(광교)을 34층 정도로 재건축한 뒤 지주사와 신한은행 본점을 그쪽으로 옮기기로 내부방침을 정했지만 풍수지리 결과를 놓고 고심 중이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남대문 부근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대경빌딩) 터가 더 명당자리라는 답을 얻었다.

신한은행 본점 터에는 남산의 정기가 모이지만 옛 조흥은행 본점 자리까지는 그 기운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박정해 정통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풍수지리에서는 산의 줄기,즉 용맥(龍脈)이 모이는 곳을 명당자리라고 하는데 신한은행 본점 터가 정확히 여기에 들어맞는다"며 "옛 조흥은행 본점 터는 물(청계천)과 산(남산)을 끼고 있는 배산임수 위치에 있지만 평지라 남산의 줄기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본점 터가 명당자리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이곳은 조선 후기 돈을 찍어내던 전환국이 있던 자리다. 앞서 조선 전기 때는 지금의 조달청격인 선혜청의 별청이 위치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이 돈을 조달해 굴리는 은행업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본점 옆에 있는 삼성그룹도 한때 신한은행 본점 건물에 눈독을 들였다. 신한은행 본점 건물 5개층에 입주해 있던 삼성은 고(故) 이병철 그룹 회장 지시로 신한은행 본점 건물을 몽땅 매입하려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몰아닥친 구조조정 여파로 5개층마저 신한에 팔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한 관계자는 "향후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 이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