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업지역 인근 주택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내 준공업지역 공장부지에 대해 최대 80%까지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서울의 주간단위 평균 집값 상승률보다 3배 이상 급등하는 등 투기조짐을 보이고 있다.
준공업지역 규제 풀자마자 투기 조짐
◆서울 평균 집값의 3배 이상 급등

16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관련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마련된 지난 5월7일 이후 7월11일 현재까지 서울시 매매가 변동률은 평균 0.1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준공업지역이 많은 구로구(1.5%) 금천구(1.4%) 강서구(1.1%) 영등포구(0.6%) 등은 서울 평균 매매가 상승률보다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액수로는 아파트 한 채당 2000만~5000만원까지 상승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준공업지역이 특히 많은 구로구는 최근 두 달 동안 오류동(3.6%) 개봉동(2.3%) 구로동(1.5%)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급등했다. 오류동 일대 중개사들은 "오류역 부근 동부제강과 개봉동 한일시멘트 부지가 언제 복합단지로 개발되느냐를 묻는 전화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류동 동선아파트 82㎡형이 5월 초와 비교해 3500만원 오른 2억2000만~2억5000만원,개봉동 두산아파트 105㎡형은 2750만원 상승해 호가가 3억1000만~3억4500만원 선에 형성됐다.

금천구 주민들도 경부선 시흥역 인근 대한전선 부지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시흥동(1.7%) 가산동(1.4%) 독산동(0.8%) 등 금천구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독산동 대덕트윈빌 85㎡형은 2억2000만~2억6000만원으로 두 달 새 2500만원 뛰었다. 강서구 가양동(4.3%)의 매매가도 상승했다.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가양동 CJ 김포공장과 이미 이전한 대상공장터의 경우 규모가 큰 데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어 개발 기대감이 크다.


◆일부 지역에선 투기조짐


준공업지역이 포함된 지역들의 집값 급등은 규제 완화를 예상한 투기세력들이 매수 분위기를 조정한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개발주체나 방식,시기,사업인가 가능성 등에서 윤곽을 드러낸 곳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개발이 될 수밖에 없어 선투자 차원에서 들어간 매수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공업지역 개발만이 급등요인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같은 기간 강북구(2.5%) 노원구(1.7%) 도봉구(3.1%) 등의 집값 상승률도 높았던 만큼 준공업지역 인근 집값 급등만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장부지 밀집지역인 성동구의 경우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0.57% 상승에 그쳤기 때문에 준공업지역 전체에 투기조짐이 보인다고 정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개발호재와 중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천구는 육군도하부대 이전,시흥뉴타운 사업,강서구는 내년 상반기 지하철 9호선 개통 등 호재들이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과열이 현실화되면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 투기 차단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