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와 물가급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산층ㆍ서민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조차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가전ㆍ가구 등 내구재는 물론 의류 잡화까지 부진을 면치 못해,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외에는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지식경제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9% 감소했다. 상품군별로는 식품(1.8%)과 생활ㆍ가정용품(0.5%)만 소폭 늘었을 뿐 △가전ㆍ문화상품(-12.5%) △의류(-7.1%) △잡화(-5.5%) 등 나머지 품목은 모두 감소세였다.

올 들어 대형마트의 월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월(-1.5%)에 이어 두 번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월에는 설 연휴가 매출감소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지난달에는 경기부진에다 쇠고기 파동,촛불 시위,물류대란 등 사회불안이 지속돼 소비가 위축된 점 말고는 다른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실상은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지난달 세부 품목별 매출 동향에서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이마트는 지난달 가전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15.1%나 줄어든 것을 비롯해 자동차용품(-14.9%) 가구(-6.5%) 등 내구재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의류(-8.1%) 잡화(-7.5%) 등 준내구재도 감소했고,문화상품으로 분류되는 건강용품(-12.0%)과 서적ㆍ음반(-4.6%)까지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라면 등 가공식품(5.2%)과 신선식품(2.3%) 샴푸ㆍ세제 등 생활용품(1.5%) 등 씀씀이를 더 줄이기 어려운 품목만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 즉,중산층ㆍ서민들은 집에서 먹고 씻는 것 외에는 모두 소비를 줄이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난 품목도 그동안 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체되거나 역신장한 셈"이라며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가 3년6개월 만에 최저(86.8)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심리와 밀접한 내구재ㆍ준내구재 품목들은 하반기에도 부진을 겪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