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명기 강행으로 韓日 미래지향적 관계 찬물
한국과 일본이 독도 문제를 두고 외교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이 14일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영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엄중 대처 지시를 내리는 등 우리 정부는 강력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가 출범 초 내세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를 명기하지 말 것을 꾸준히 요청해 왔음에도 일본이 강행함에 따라 한.일 간 경색 국면은 단기간 내에 풀리긴 힘들 전망이다.


◆정부 전면 대응

청와대는 일본이 비록 '고유영토''불법 점유' 등과 같은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어서 매우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국민감정을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정부는 이미 지난 5월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측의 심각한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9일 도야코에서 가진 한.일 정상 간 환담,두 차례의 외교부 장관 회담,차관 전략대화 등을 통해 해설서 명기에 강력 반대한 것이다.

특히 새 정부가 일본에 대해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가면서까지 양국 외교 관계를 새로 설정하려 한 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와서 과거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가진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항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4월21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보다 미래를 중시하는 신시대를 열기로 하고'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독도영유권 표기를 강행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제 강력 대응밖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는 역사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다.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엄중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한 정상 간 합의에 비춰 유감과 실망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들은 단계적 조치 마련에 나섰다. 외교통상부는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항의할 계획이고,우리 정부는 권 대사의 본국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주변 수로 조사를 단독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 왜 강행했나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영키로 한 것은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려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 영유권 다툼을 하겠다는 목적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 개발,국제 여론 형성 등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까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져가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장기적 목표를 갖고 미래세대 교육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14개 중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교과서는 후쇼샤교과서 도쿄서적 등 4개다.
독도명기 강행으로 韓日 미래지향적 관계 찬물
홍영식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