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잊혀져 가던 인물들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재직 당시 명성을 날렸던 금융인이나 금융감독 당국자,관료의 경우 '꺼진 불인지 아니면 활활 타오를 불씨일지 미리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박 이사장은 지난 5월 우리은행장으로 재신임을 받지 못해 금융가에서 영영 못 볼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20조원의 기금을 주무르는 '글로벌 큰손'인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지난달 컴백했다.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최대 고객으로 되돌아온 박 이사장의 눈 밖에 나서 자산운용 위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떨떠름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KB금융지주 사장으로 내정된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대해서도 "이렇게 빨리 민간으로 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좀더 신경쓸 것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원장 승진 1순위 후보로 꼽혔다가 지난 6월 인사에서 예상 외로 탈락했던 임주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가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지난 11일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민유성 산업은행장,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도 비슷한 얘기를 듣고 있다. 민 행장은 2004년 우리금융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황 회장 내정자에 대해 일부 국민은행 임직원들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올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론 옆 동네 꺼진 불도 잘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계에선 퇴임한 김진호 전 수출입은행 전무가 행장으로 컴백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