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고유가 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화석연료와 전기 등 두 가
지 동력원을 이용해 연비를 높인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활용한 연료전지차 개발이 자동차업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2005년 연간32만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2010년이면 100만~150만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아오른 친환경차 개발 경쟁

도요타는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데도 희색이 만연하다. 1990년대부터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선 덕분에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카 모델인 '프리우스'는 지난해에만 43만대 이상 팔렸다. 최근엔 고유가에 힘입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지난 6월에는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와 함께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혼다 역시 얼마전 세계 최초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나오는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돌리는 4인승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상태다.

'기름 먹는 하마'란 별칭이 붙을 정도인 중ㆍ대형차만 집중 개발해온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도 최근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GM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모두 사용하는 신형 모델 25종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포드는 친환경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개발 중이다. 크라이슬러도 수소연료전지차 기술 개발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하이브리드카 어디까지 왔나

일찌감치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해온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업체들도 현대ㆍ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에 'FGV-1'을 출품하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뛰어든 현대ㆍ기아차는 FGV-2와 아반떼 하이브리드(1999년),베르나 하이브리드(2000년)를 잇따라 선보이며 기술력을 키워왔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기간에는 '카운티 하이브리드 전기버스'를 시범운행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이브리드카 상용화를 위한 꿈이 본격적으로 영글기 시작한 건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가 도로주행에 성공하면서부터다. 현대ㆍ기아차는 2003년 5월부터 16개월간 총 106억원을 들여 클릭 하이브리드 50대를 제작,환경부에 공급했다. 이 차는 기존 가솔린 차량(12.1㎞/ℓ)보다 연비(18.0㎞/ℓ)가 50%가량 높은 데다 최대출력도 99마력에 달해 성능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ㆍ기아차는 2005년엔 '베르나 하이브리드' 200대를 포함해 350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환경부에 공급했다. 2006년에는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69대를 경찰청에 납품해 시범운행을 진행 중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지금까지 총 2800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해 정부에 공급했다.

◆내년 7월 시판되는 아반떼LPI

현대ㆍ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LPG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내년 7월 첫선을 보일 예정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ㆍ기아차가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한 2004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후 4년 만에 탄생시키는 첫 작품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기아차 광주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반떼LPI를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차의 가장 큰 차별성은 기존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보다 연료비가 50%가량 절약된다는 점이다. 전기와 함께 가솔린보다 가격이 싼 LPG(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쓰기 때문이다. 산화력이 뛰어나 연소가 잘 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해 연료 효율을 높인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ㆍ기아차는 세계적 수준의 LPG 엔진기술을 토대로 LPG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반떼 LPI는 1600㏄ LPG 감마엔진과 15㎾ 모터가 탑재됐다. 연비는 약 17㎞/ℓ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차량에 배터리,모터,전기제어기 등 부품이 추가로 들어가 차값이 다소 비싸질 수 있으나 가솔린보다 저렴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일반 차량보다 연비가 높아 2년 정도면 초기 구입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