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1일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하루 사상 최대 규모인 1만6300계약이나 순매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로 인해 33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가 쏟아졌으나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저가 매수 덕분에 30.08포인트 상승한 1567.51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사상 최대 선물 매도가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공매도'와 연계된 선물 매수 물량을 정리하기 위한 매물과 함께 최근 지수 급락기에 들어온 선물 매수분의 이익 실현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매도는 증권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식을 빌려 파는 것으로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되사서 갚아 차익을 노리는 거래 방식이다.
외국인, 선물 1조6000억 순매도… 현물시장 '공매도 줄이기' 신호탄
앞으로 외국인 공매도 규모가 줄어들면서 주식시장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외국인 사상 최대 선물 순매도


지난 4일 이후 선물시장에서 5일 연속 2만1493계약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돌연 1만6304계약(1조6236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는 현.선물 간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의 축소를 이끌어 3375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차익 매물을 불러왔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미결제약정(신규 매도나 매수 후 청산되지 않은 계약)이 1만480계약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외국인 선물 순매도는 상당부분 앞서 신규 매수한 부분을 청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도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중 상당부분은 공매도로 추정된다"며 "최근 급증한 공매도에 대한 헤지를 위해 선물을 매수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500선에서 강한 지지선이 형성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라 대차비용 부담이 늘면서 공매도 비중을 줄이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지수 급락기에 들어온 선물 매수에 대한 차익 실현 차원의 매도라는 분석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옵션만기일에 유입된 차익성 현물 매수에 비해 선물 매도가 상당히 부족했는데 이날 추가로 선물을 매도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외국인 공매도 잦아들듯


이날 외국인 선물 매도가 공매도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관련 선물 매수를 정리하는 차원일 경우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신규 매수분에 대한 청산으로 더 이상 헤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공매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외국인이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에 대한 재매수)에 나서 대차 잔량이 줄어드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대차잔액이 증가한 종목은 쇼트커버링 성격의 매수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량 청산을 위한 매수세가 유입된다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차 잔량이 크게 늘어난 종목은 이 과정에서 수급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전균 연구위원은 "헤지를 정리하면서 당연히 쇼트커버링도 동시에 진행됐어야 하는데 종목별로 외국인의 뚜렷한 매수세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처럼 기관이나 개인의 저가 매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국인 선물 매도가 매수차익거래 청산 매물을 불러 부담이 될 수도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