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품 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내비게이션 최대 성수기인 7~8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업계의 세일경쟁은 최근 경기침체로 내비게이션 수요가 줄어들면서 더욱 달아 오르고 있다.

출시한 지 1년 이상 지난 재고 모델에 한해 고객 보상서비스 차원에서 가격을 내렸던 기존 가격인하 방식과 달리 올해에는 3차원(3D) 전자지도가 탑재된 내비게이션 등 신제품들이 가격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건 시장점유율 1위 업체 팅크웨어다. 이 업체는 지난 1일부터 3D 전자지도를 탑재한 고급형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K2'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54만9000원에서 49만9000원으로 10%가량 내렸다. 보급형 내비게이션인 '아이나비 ES200'의 가격도 39만9000원에서 36만9000원으로 3만원 낮게 조정했다.




팅크웨어가 자사 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3D 전자지도를 채택한 '아이나비 K2'의 가격을 출시 3개월 만에 인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아이나비 K2'의 판매량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도 가격인하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큐브는 지난 7일부터 고급형 내비게이션 '아이스테이션 U7'(4GB)을 공식 판매하면서 예약 판매가보다 3만원 낮은 36만90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파인디지털도 최근 인기 모델인 '파인드라이브 IQ' 모델의 가격을 최대 5만원 낮췄다. '파인디지털 iQ 블루'(2GB)는 39만9000원에서 36만9000원으로 내렸다.

DMB 등 부가기능을 없애고 가격을 내린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21만9000원짜리 7인치 내비게이션 'TG삼보 E1'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DMB 기능을 과감히 빼 가격을 크게 낮췄다. DMB 기능이 포함된 7인치 컨버전스형 내비게이션에 비해 반값 수준인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이 10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추며 덤핑판매를 하는 일은 있었지만 상위 업체들이 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시장 침체로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도 심해지고 있어 가격을 더 큰 폭으로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