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성장률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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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6.9%서 2분기 1.9%로 급락
싱가포르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악화가 요인이다. 여기에 물가 급등이 겹치면서 싱가포르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10일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9%로,지난 1분기 GDP 성장률(6.9%)보다 5%포인트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5년 만의 최저치로 시장 예상치였던 3.2%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연간 성장률은 7.7%에 달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재무장관은 "올 연간 성장률은 4~6%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성장 둔화의 최대 원인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에 따른 제조업 수출경기 악화였다. 2분기 제조업 분야 GDP 성장률은 -5.6%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 제조업 부문 성장률은 12.7%였다. 특히 싱가포르 제조업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전자제품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5월 전자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줄어들면서 2007년 2월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싱가포르지점의 타이후이 동남아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은 싱가포르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라며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 감소가 싱가포르 수출업체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 시장에 60% 이상 기대고 있는 수출 구조를 바꿔 아시아 국가 간 무역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 둔화와 함께 물가 급등도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5%를 기록했다. 1982년 이후 26년 만의 최고치다. 이처럼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산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이후 호황을 누려온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은 최근 주춤하기 시작했다. 2분기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전 분기보다 0.4% 오르는 데 그쳐 상승폭이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의 니콜라스 막 리서치 담당자는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이 점차 수요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증시도 올 들어 20%가량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말 3440대였던 ST지수는 이날 2901.58로 주저앉았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인도와 중동에서 상품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인도계 회사인 파이낸셜테크놀로지그룹(FTG)이 싱가포르에서 석유와 곡물,귀금속,탄소배출권 등을 취급하는 거래소를 내년 1분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G는 이를 위해 자본금 5000만 싱가포르달러(약 369억원) 규모의 상품거래소(SMX) 운영 회사를 100% 출자로 최근 설립했다. 싱가포르 금융통화청의 림 훈칸 부회장은 "새로운 상품거래소 설립으로 싱가포르가 금융시장 허브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