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환시장개입, 그 위험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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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걱정스럽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환율을 끌어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무모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월초 달러당 1050원 선까지 상승했던 환율이 정부의 달러 투매로 1000원 선 부근으로 내려앉았으니 외형상 일단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는 경제 현실을 생각하면 약발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선 배경은 이해할 만하다. 정권 출범 초 고위당국자들이 성장과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발언을 몇 차례 했고,실제로도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환율상승이 국제유가 폭등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 탓이 크다고 본다.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형편이고 보면 정부가 얼마나 초조하고 다급한 심정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우선 당국이 꼭 개입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는 점부터 의문이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초고유가에 따른 원유결제 수요와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달러 매수세가 급증했고,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화 수요도 많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자연스런 흐름인 만큼 '쏠림 현상' 운운하는 것부터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정부의 시장개입은 달러매수세를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정부가 달러를 바겐세일할 때야말로 싼 값에 달러화를 사들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24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며 국내증시를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로선 한국정부가 이토록 고마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식을 팔아 현금화를 서두르는 마당에 이익규모를 키우거나 손실폭을 줄이는 효과가 절로 생겨나 안전한 퇴로가 확보되는 까닭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를 넘는 만큼 충분히 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유동자금 규모에 비교한다면 사실 푼돈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것을 모두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많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하루 수십억달러씩 쏟아붓는 시장개입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개입이 시들해지고 억눌렸던 시세가 용수철 튀듯 반등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만일 국제투기자금까지 시장에 가세하면 어찌할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정부와 중앙은행도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이 극히 비정상적인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 또 그런 경우에도 조용히 시장에 참여해야지,만천하에 떠벌리며 할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런 정부는 그저 '봉' 취급을 당할 따름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전 환율방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고 몇 년 전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개입했다 상처만 입고 후퇴한 기억도 있다. 그런데도 실패의 경험을 살리지 못한 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이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선 배경은 이해할 만하다. 정권 출범 초 고위당국자들이 성장과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발언을 몇 차례 했고,실제로도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환율상승이 국제유가 폭등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 탓이 크다고 본다.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형편이고 보면 정부가 얼마나 초조하고 다급한 심정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우선 당국이 꼭 개입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는 점부터 의문이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초고유가에 따른 원유결제 수요와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달러 매수세가 급증했고,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화 수요도 많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자연스런 흐름인 만큼 '쏠림 현상' 운운하는 것부터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정부의 시장개입은 달러매수세를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정부가 달러를 바겐세일할 때야말로 싼 값에 달러화를 사들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24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며 국내증시를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로선 한국정부가 이토록 고마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식을 팔아 현금화를 서두르는 마당에 이익규모를 키우거나 손실폭을 줄이는 효과가 절로 생겨나 안전한 퇴로가 확보되는 까닭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를 넘는 만큼 충분히 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유동자금 규모에 비교한다면 사실 푼돈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것을 모두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많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하루 수십억달러씩 쏟아붓는 시장개입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개입이 시들해지고 억눌렸던 시세가 용수철 튀듯 반등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만일 국제투기자금까지 시장에 가세하면 어찌할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정부와 중앙은행도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이 극히 비정상적인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 또 그런 경우에도 조용히 시장에 참여해야지,만천하에 떠벌리며 할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런 정부는 그저 '봉' 취급을 당할 따름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전 환율방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고 몇 년 전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개입했다 상처만 입고 후퇴한 기억도 있다. 그런데도 실패의 경험을 살리지 못한 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이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