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인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 토탈그룹이 이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방침을 밝혔다.

토탈의 크리스토프 드 마저리 최고경영자(CEO)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토탈은 돈되면 뭐든지 한다'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란에 투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는 토탈이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와 함께 이란 남부 파스지역의 천연가스 공구 중 11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토탈은 그동안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 국무부의 투자 중단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해왔으며 전날까지만 해도 프로젝트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파르지 13지역 가스 개발을 맡았던 영국의 로열더치셸과 스페인의 레프솔 YPF가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토탈의 이 같은 결정은 이르면 10년 내 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늘리려던 이란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정보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의 사무엘 시스주크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더라도 복잡한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노하우를 서방 석유회사들로부터 얻을 수 없게 돼 토탈의 이번 결정은 이란의 LNG 프로젝트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그러나 토탈과 셸 레프솔 등 서방 석유회사들이 이란의 방대한 탄화수소 광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셸과 레프솔은 광구 개발의 후반 단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토탈의 이란 천연가스 프로젝트 철수 결정은 미 행정부와 의회가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시점과도 일치해 눈길을 끈다. 9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이란 청문회에 참석한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은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인 스타토일하이드로ASA가 이란에 투자하면서 미국법을 위반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