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곧 주식 매수에 나선다.

매수세가 없는 증시의 안전판 역할이 필요한 데다 현재 주가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최소한 7조5000억원 이상의 주식 매입 여력이 있는 연·기금이 가세할 경우 잔뜩 위축돼 있는 투자심리가 크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 임원들과 모임을 갖고 코스피지수 1500선을 전후로 주식 매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증권사 임원은 "국민연금 측은 모임에서 최근 주가 급락이 지속되자 1500선에서 주식을 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코스피지수 1500선 수준에서는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승인한 올해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9조5000억원으로 국민연금은 이 중 올 상반기에 2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하반기에만 7조1000억원 정도의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목표한 매수 규모를 지킬 의무는 없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올 들어 저점을 경신하는 등 가격 매력이 높아져 추가 매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도 코스피지수가 1500선에 가까워지자 주식 비중을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윤규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증시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가면 현재 19% 선에 머무르고 있는 주식 투자 비중을 25%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사학연금의 주식 투자 목표 액(1조7700억원) 가운데 이미 사들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4100억원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도 현재 전체 자산의 5%로 제한돼 있는 주식 투자 비중을 연내 최대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62조원을 운용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15조원의 주식 매수 여력을 추가로 갖게 된다.

연기금들이 이처럼 주식 매수에 나서게 된 것은 주식시장이 과매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지수 1500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12개월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9.6배 수준으로 일본 14.9배,중국 14.2배는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 진앙지인 미국의 13.6배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하락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촉발됐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외국인 매도세와 환율 급등락 등 외부 요인으로 초과 하락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0.92% 하락한 이날 일본 중국 홍콩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이번 증시 하락은 연기금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패닉상태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증시는 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는 증시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