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의 '산탄데르그룹 시티'.페데리코 파파 산탄데르그룹 무역금융 글로벌 헤드는 홍콩 런던 뉴욕 상파울루 멕시코시티 등 전세계 6개 지역 사무소의 담당 본부장과 컨퍼런스 콜을 시작했다.

그룹 산하 20여개국,수십여개 은행이 지역 사무소에 요청한 기업고객들의 무역금융 관련 요구와 정보를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또 시너지를 극대화할 신상품을 전세계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토의했다.

그는 매주 두 차례씩 컨퍼런스 콜을 통해 그룹 전체의 무역금융 사업부문을 총괄 지휘한다.

파파 글로벌 헤드는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그룹 내 모든 은행,조직의 무역금융 분야를 본사가 관장한다"고 설명했다.

산탄데르는 이같이 기업금융 신용카드 자산관리 등 사업부문별로 매트릭스(Matrix) 조직을 만들어 전세계 700여개의 독립 법인과 13만여명의 임직원을 관리한다.

독립법인 단위로 움직이는 전통적 조직에서 벗어나 사업부문과 지역을 각각의 축으로 행렬식 매트릭스를 구성해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20여년간 50여개나 되는 금융회사를 인수하면서도 크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난 배경이다.

◆M&A에 최적화된 매트릭스조직

산탄데르의 조직이 처음부터 매트릭스 방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산탄데르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남미 20여개 은행을 인수하면서 중앙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은행별 CI(기업이미지통일)뿐 아니라 점포 레이아웃,IT(정보기술) 플랫폼 등 하드웨어가 제각각이었고 피인수된 은행의 임직원들은 본사의 명확한 지시가 없다보니 복지부동했다.

1999년 크고 작은 사고가 터졌다.

특히 2002년엔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은행별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에밀리오 보틴 회장이 위기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고 그 결과 사업부문과 지역에 기반한 매트릭스 조직이 제안됐다.

매트릭스 조직은 산탄데르와 같은 글로벌 조직,M&A로 성장하는 조직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인수한 은행의 법인격은 그대로 놔둔 채 사업부문별로 글로벌 사업부문에 편입시키고 IT시스템과 기업문화만 산탄데르식으로 바꾸면 된다.

즉 인위적 합병을 위한 작업이나 이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확장은 인수(acquisition)여야 하지 합병(merger)이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탄데르는 기업금융 소비자금융 PB 자산관리 신용카드 등 사업부문을 5개로 나눠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은행 내 사업부문은 산탄데르 그룹 시티에 있는 글로벌 헤드의 총괄 지시를 따른다.

대신 각 지역 은행(법인) 수준에서는 현지화를 적극 추진한다.

현지인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해 인사 자율성을 주고 현장 영업 방식도 전적으로 맡기는 식이다.

특히 소매금융 사업부문은 알프레도 사엔즈 산탄데르 은행장의 조율하에 산탄데르(스페인) 바네스토(스페인) 산탄데르 토타(포르투갈) 애비(영국) 라틴아메리카 총괄 등 5개가 어느 정도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한다.

주축 사업인 만큼 건강한 내부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2001∼2003년 20억유로대에서 정체됐던 산탄데르그룹의 이익(attributable income)이 2004년 36억유로를 시작으로 2007년 90억유로까지 급증한 것도 매트릭스 조직이 자리잡은 데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강한 본사가 매트릭스 성공관건

매트릭스 조직의 성패는 본사 조직에 달려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머리는 본사에,각 지역별 거점이 손발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제대로 굴러가려면 교육 재무 전략 리스크관리 등에서 강력한 본사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탄데르는 현재 연수 전략 재무 리스크관리 등 후선 업무를 기능별로 통합해 본사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본사에서 각종 업무를 표준화하고 이를 자회사로 전파한다.

이렇게 후선 업무가 표준화되고 강화되면서 자회사별 비용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같은 중앙집중식 본사 조직을 뒷받침하는 것은 IT 시스템이다.

산탄데르는 자회사를 인수하면 '파르테논'이라는 IT 플랫폼을 깐다.

모든 자회사가 같은 IT 플랫폼을 갖추면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며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된다.

산탄데르는 또 교육연수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전세계 직원이 가치와 전략을 공유함으로써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산탄데르그룹 시티에 있는 기업교육센터에선 연 평균 13만여명이 연수를 받는다.

600개의 방을 갖춘 연수원은 언제나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온 직원으로 가득 차 있다.

2006년에 연수비용으로 쓴 돈만 7600만유로(약 1000억원)에 이른다.

마드리드(스페인)=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