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화풍의 팝아트 작품들이 새로운 '옐로칩'으로 뜨고 있다.

그동안 앤디 워홀·리히텐슈타인(미국),무라카미 다카시(일본),지그마 폴케(독일),웨민준·루오 브라더스(중국) 등 해외 팝아트 작가들에게 몰리던 매기가 최근 국내 작가들에게 옮겨 붙고 있다.

20~40대 디지털세대가 새로운 미술문화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대중적이고 키치적인 작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팝아트 작가의 중심에는 20~40대가 있다.

김동유,홍경택,권기수,이동기,손동현,이동재,김준,윤기원,신창원,신영미,임태규,안윤모,이길우,지니리,강영민,고낙범,고영미,김태중,낸시랭,도영준,박병춘,박용식,임택,조문기,조정화,한성웅씨 등이 대표주자다.

이들은 만화,인기 연애인,동물 등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로 한국적인 감성을 표현하며 자기 주장을 담아낸다.

올 들어 '팝아트의 세계-팝앤팝'전(성남아트센터·8월28일까지)을 비롯해 김동유 개인전(뮌헨 브라운베렌스화랑·11월중),이동기 작품전(금산갤러리 도쿄지점·8월28일~9월20일),홍경택 개인전(카이스 갤러리·10월23일~11월22일) 등 전시회도 잇따르고 있으며 매진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톰과 마우스를 합성한 캐릭터 '아토마우스'의 작가 이동기씨는 지난 4월 갤러리2 개인전에서 '대박'을 잡았다.

작품성에 비해 값이 싸다는 인식에 홍콩 경매시장에서의 인기까지 겹쳐 전시작 50여점을 소품 500만~1000만원,100호 이상 2000만원 선에 모두 판매했다.

이씨는 내달 금산갤러리 도쿄지점에서 작품전을 열고 일본 컬렉터들의 반응을 타진할 방침이다.

한국인의 넉넉한 미소를 캐릭터 '동구리'에 담아낸 권기수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대만 라베네 경매에서 '회색의 숲'이 추정가보다 3배 이상 높은 6300만원에 낙찰됐고,지난 2월 박여숙화랑의 개인전에서는 전시작 40점이 매진됐다.

권씨는 오는 13~30일 대만 형이상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대작 23점을 점당 1300만~1500만원 선에 내보인다.

동화·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동물과 인물들을 화면에 묘사하는 임태규씨도 지난 4월 갤러리LVS(옛 갤러리LM)의 개인전에서 출품작 24점을 다 팔았다.

임씨는 오는 15일 베이징으로 작업실을 옮겨 1년간 작품 활동을 하며 내년 4월 베이징아트시즌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또 아일랜드를 비롯해 포루투갈,홍콩,싱가포르 등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 등 서양 여배우의 얼굴을 그린 뒤 향불과 인두로 한지에 구멍을 내는 작업방식으로 주목 받는 이길우씨,펑키음악과 연예인들의 얼굴 등을 시각예술로 형상화하는 홍경택씨,전통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 터미네이터·로보캅 등의 캐릭터를 그리는 손동현씨,박정희 마오쩌뚱 등 유명인들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김동유씨,슈퍼맨을 만화적 기법으로 클로즈업하는 윤기원씨 등의 작품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명진 선컨템포러리 대표는 "최근 앤디 워홀 등 해외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치솟자 국내 작가들이 한국적인 화풍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20~40대 젊은 컬렉터들이 이들 작품을 선호하는 만큼 한국적인 팝아트 작품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