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크게 밑돌면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천된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7일 긴급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7일 증권시장에서 국민은행 주가는 6만200원을 기록,매수청구권 행사가격(6만3293원)보다 3093원(4.9%) 밑돌았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 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많아져 자금부담이 늘어날 경우 지주회사 전환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국민은행 주주들은 다음 달 4일까지 주가 상황을 봐가며 주식매수청구를 위한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그때까지 주가가 6만3000원 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상당수 주주들은 일단 반대의사를 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8월25일까지 주가가 6만3000원을 밑돌면 대거 주식매수청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지주회사 전환 작업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주식 교환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총 출석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총족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선 통상 반대의사가 40%만 나와도 주식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또 다른 고민은 매수청구 물량이 많을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가 주식매수를 청구할 경우 국민은행이 지급해야 하는 대금은 4조원에 이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NG 같은 전략적 투자자를 제외한 국내외 펀드나 국민연금 같은 곳에서도 주가가 일정 수준을 밑돌면 매수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 내정자와 강 행장은 이 때문에 조만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상황이 국민은행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변수에 따른 일시적 주가 하락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외 은행의 추가 인수합병 △해외 진출 △비은행 부문 성장 등을 추구하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점을 역설할 예정이다.

강 행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싱가포르와 홍콩 등을 잇달아 방문,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이외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며 1850만주의 자사주도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두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주가가 상당폭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