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 입장에서 보니 한국의 규제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꽤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차별을 받는 부분도 있더군요."

공무원의 민간 기업 파견 제도에 따라 작년 7월부터 1년간 한국IBM에서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컴백한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정보센터 박성용 경영지원과장(49)은 "규제를 받는 기업,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과장은 2002년 공무원 민간 기업 파견법 제정 이후 외국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파견나간 첫 사례다.

그는 "대부분 공무원이 그렇듯이 저도 무조건 토종 기업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식의 사고에 젖어 있었다"며 "22년간 공무원 생활하다 고작 1년 민간 기업에 일했을 뿐이지만 국적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맘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애국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IBM 본부장으로서 박 과장이 체험한 대표적인 외국 기업 차별은 소프트웨어 인증 제도다.

그는 "국제 표준에 따라 만든 소프트웨어라도 정부 발주 사업에 납품하려면 수백만원의 비용을 물고 국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박 과장은 정부 사업에 참여할 때 민간 기업이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관행을 꼽았다.

"미국은 사고가 났을 경우 수주 금액의 두 배까지만 책임을 물게 하는 식으로 기업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하지만 한국엔 이런 게 없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기업이 정부 사업에 뛰어드는 걸 꺼리고,결과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1년간 어느 정도 연봉을 받았는지 물었다.

박 과장은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이후 정부에서 받던 월급의 10~2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1년간 호봉,연금 등이 정지되니까 금전적인 면에서는 크게 이득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민간 기업 파견제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비용을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업이 100% 부담하는 현 제도에선 중소기업 등 정작 공무원들이 가봐야 할 곳에는 못 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그는 "정부에서 기본급만 받고 활동비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