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의 티셔츠 차림을 놓고 은행들이 엇갈린 행보를 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되고 일하기도 편해서 좋다는 이유로 티셔츠 근무를 시작한 은행들이 있는가 하면 품위가 떨어지고 은행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와이셔츠를 고수하는 은행들도 있다.

국민은행은 1일부터 강정원 행장을 포함한 2만8000여 임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를 시작했다.

본점 뿐만 아니라 영업점 창구에서도 노란색 티셔츠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냉방비 절감 등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8월 말까지 이 같은 복장을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달 18일부터 티셔츠 차림의 근무를 시작했다.

색깔은 겨자색과 하늘색 등 두 가지다.

기업은행은 오는 4일부터 아이보리색과 푸른색의 티셔츠를,우리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흰색과 푸른색의 티셔츠를 전 임직원이 착용한다.

지난해까지는 일부 은행이 티셔츠를 입긴 했지만 상당수 은행들이 동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노타이에 반소매 와이셔츠에 비해 티셔츠가 더 시원해 실내 온도를 2도 정도 높여도 근무에 지장이 없다"며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은 티셔츠를 입지 않기로 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경영진에 포진한 은행들의 경우 은행원 복장은 엄격해야 한다며 티셔츠 복장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경영진들은 은행원은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복장은 깔끔하며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을 것이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외국에선 아무리 더워도 뱅커들은 정장차림에 넥타이를 맨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