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한가운데 솟아난 섬 울릉도에도 '중소기업'이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몇 개나 될까.

경북 울릉군의 남계옥 경제통상반장은 "울릉도 안에는 모두 290개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밝힌다.

290개라면 군 단위의 작은 섬으로서는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음식업 숙박업 등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업체를 모두 합친 것이다.

실제로 이곳엔 중소기업 핵심지원 업종에 해당하는 전자 정보기술(IT) 기계 화학 등 관련 중소기업은 하나도 없다.

다만 울릉도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채취되는 산채류를 가공하는 식품 제조업체만 있을 따름이다.




어쨌든 식품 제조업체도 중소기업이고 오징어 요리를 파는 식당도 소상공업에 속하는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손길이 미쳐야 한다.

지난달 2일 대구경북지방 중소기업청(청장 안병화)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 등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 6명이 참여하는 현장애로 대책단을 구성,울릉도 중소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울릉도를 찾았다.

안병화 청장,김현철 기업환경개선과장,김충현 주무관,서정언 주무관 등 대구경북중소기업청 직원들과 윤대식 중진공 부장,주진호 경북신용보증재단 과장 등 일행은 울릉도의 특산 산채식물인 산마늘(명이)을 절임 가공해 서울로 공급하는 울릉식품(대표 권찬중)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찬중 대표는 "가장 큰 어려움은 운전자금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이 지나치게 수도권에만 편중돼 있어 오지나 도서지방 중소기업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울릉도몰(ulleungdomall.com) 등 식품가공 업체들도 한결같이 운전자금 부족을 호소했다.

이 같은 건의에 대해 안 청장은 "이른 시일 안에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현장애로 대책단은 울릉군청 2층 회의실에 '중소기업 현장애로 상담실'을 개설하고 이틀 동안 갖가지 민원을 접수했다.

특히 정윤열 울릉군수는 "울릉군의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물류 원활화가 절실하다"면서 "도로를 지방도에서 국도로 승격시켜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지방 중소기업청은 이처럼 오지나 원격지를 직접 찾아가는 현장기동반을 운영,이미 안동 지역 등 12개 지역에서 현장 상담을 펼쳤다.

안동지역 순회 상담에서는 자금 부족,기술개발 미흡,소상공업 매출 부진 등 19건의 애로 사항을 접수하고 현장에서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울진 영덕 봉화지역 기업도 방문했다.

올 들어 대구경북지방 중소기업청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판매난에 허덕이고 있는 점을 해소해 주기 위해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방안도 마련했다.

공공기관 구매 관련 담당자와 지역 중소기업을 직접 만나게 해 주는 '대구 경북지역 공공구매 상담회'도 지난달 8일 대구 세인트웨스틴호텔에서 열었다.

대구경북지방청 이상철 공공구매조사과장은 "이번 상담회를 통해 대구지역 중소기업들의 기술혁신 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대구시,경북도,대구조달청 등 31개 지역 공공기관이 참여했다.

대구경북중기청은 유동 인구가 많은 동대구역 광장을 중소기업의 생산제품 홍보 및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 대구지사와 공동으로 3일간 열어 하루 평균 7만여명이 이용하는 철도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이번 행사에서 ㈜빗살무늬는 일반 제품과는 달리 떡살이나 빗살무늬 토기,민화 등에서 문양을 뽑아낸 실크 넥타이와 스카프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이 행사를 통해 일본 수출길도 텄다.

또 투엠테크는 7인치 화면의 DMB 겸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중소기업청 산하엔 11개 지방 중소기업청이 있다.

이들 지방 중소기업청도 대구경북청과 마찬가지로 행정기관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지방 중기청이 특성화된 현장 행정을 실천한다면 울릉도처럼 오지의 중소기업도 많은 중소기업정책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