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수입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이 나온 29일 서울 도심에선 경찰과 시위대 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광우병대책회의의 본거지격이던 서울 시청광장과 태평로가 경찰의 원천봉쇄 작전과 도로 밖 밀어붙이기로 막히자 시위대는 을지로 명동성당 종각 등으로 흩어져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봉쇄작전으로 두 달 이상 시위대에 점거된 시청광장과 태평로,광화문 일대는 오랜만에 평온한 하루를 보냈으며 교통흐름 역시 양호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전ㆍ의경 11개 중대,5000여명을 동원해 서울광장 주변을 한두 겹으로 둘러싸는 '인의 장막'을 쳐놓았다.

경찰은 또 차단선 뒤 주변 차로를 전경버스 30여대로 막아놓아 시민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막았다.

이로 인해 서울 시청광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프라자호텔을 잇는 횡단보도를 제외하고는 광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이 차단됐다.

경찰은 광장 주변에 있던 1.5t형 시위 음향장비 트럭 1대와 11.5t형 무대 차량도 모두 견인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께 서울 시청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 중단과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봉쇄로 을지로 명동 종각 등지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가졌다.

경찰에 포위된 채 광장에 모여있던 400여명의 시위대는 오후 6시를 전후해 인도와 차도 일부를 이용,"재협상을 실시하라" "폭력경찰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을지로∼청계2가∼종각역으로 이동했다.

특히 시위대가 청계2가 부근을 지날 때 차도를 점거하려는 일부 시위대와 시위대를 뒤따라온 수백명의 경찰 병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연행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7시께 시청광장 주변에 도착한 시위 참가자 700여명도 서울광장이 봉쇄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종로2가∼한국은행∼명동쪽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벌였다.

○…곳곳으로 흩어졌던 시위대는 오후 8시30분부터 종각역 일대 종로 거리를 다시 점거했다.

이들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며 연좌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세종로 방면 차로에 부분적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 측은 30일 0시30분께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며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에서 산발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선 촛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위대는 수천명 수준으로 확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 중 촛불을 든 사람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또한 '이명박 아웃' 등의 피켓을 든 사람도 지난주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격렬 시위를 작정한 듯 운동화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대부분 민노총 소속 노조원이거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종각역에 나와 원천 봉쇄에 대해 항의했다.

노 대표는 "촛불문화제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거리시위를 하는 시민들마저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며 "거리 시위를 막으려면 나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리 시위에 나선 시위대의 일부는 명동성당으로 집회 장소를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명동성당으로 모입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길거리에 늘어선 시위대를 독려했다.

시위대가 명동성당을 집회 장소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시위대의 숫자가 적어 경찰의 원천 봉쇄를 뚫기 어려워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격렬한 충돌이 빚어진 28∼29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색소를 첨가한 물대포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29일 촛불집회 관련 브리핑을 통해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각목 등으로 대비 경(찰병)력을 폭행하고 차벽을 손괴하는 등 극렬 시위를 벌여 부득이하게 살수차를 동원했다"며 "색소를 첨가한 물대포도 7분간 살수했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 및 목격자들도 "경찰이 지난 28일 오후 9시30분께 시위대를 향해 노랑 및 초록색의 형광물질이 포함된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색소 혼합 물대포'를 사용한 것은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27일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이 "색소가 옷에 묻은 시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며 색소 및 최루액 혼합 물대포 사용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울산에선 처음으로 촛불집회를 벌이던 현직 교사가 시위를 제지하는 경찰 간부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울산남부경찰서는 29일 촛불집회 후 차량 시위를 제지하는 경찰 간부를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울산 모 중학교 교사 K씨(32)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성근/오진우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