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순서를 정해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공공개혁 전문가인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게이오대 교수를 만나 "민간보다 더 잘하는 공기업도 있지만 기능이 분산돼 제대로 안 되고 있다든지 민간에서 맡는 것이 더 나을 공기업들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25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혁 후퇴는 없다"며 개혁 과제의 중단 없는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그 방법론까지 제시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다케나카 교수는 2001~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정권에서 경제재정장관 금융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우정성 민영화 등 공공개혁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진화 순서와 관련,"동시에 그 많은 공기업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원론적 수준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어떤 기관을 먼저 대상으로 삼을지는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의 필요성과 관련해선 "개혁이 끝나고 바뀌면 환영받는데 (지금 한국 정부는) 개혁하는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에게 환영받기 위해 혹은 당장 어렵다고 개혁을 미루면 국가 경쟁력이 없어지며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니 좋은 조언을 많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대통령이 말씀하신 방향이 맞는 것 같다"며 "정책엔 우선 순위가 중요하며 논란이 되는 것도 불가피하다.

일본은 부실채권 문제가 커서 먼저 해결하고 우정성 민영화를 나중에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전 논의 과정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에게 누가 책임 지고 얘기하는지 지켜보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케나카 교수는 또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단순히 경제가 악화된 것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나라 전체가 현저하게 기능 저하에 빠졌던 기간"으로 진단하면서 "사회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구조 개혁이라는 처방을 통해 사회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다케나카 교수를 비롯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 등 11개국 15명의 석학ㆍ기업가ㆍ문화 인사로 구성된 '대통령 국제자문단(Global Advisory Group)'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이 대통령에게 △미래비전 수립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 △구조 개혁 △신성장산업 발굴 △국가 브랜드파워 강화 등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조언하고 대외적으로 한국의 선진화 전략과 노력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