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효과(원자 단위에서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를 갖는 소자를 사용,기존 제품보다 작동 속도가 빠르면서도 소비전력은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초고속 통신시스템용 집적회로(IC)가 개발됐다.

KAIST 전자전산학과 양경훈 교수(사진)팀은 양자효과 소자인 공명터널다이오드(RTD)를 자체 개발했으며 여기에 이미 범용화된 통신시스템용 이종접합바이폴라트랜지스터(HBT) 반도체 소자를 결합시켜 2㎛급 소자 공정기술로 멀티플렉서 집적회로를 시범 제작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새 멀티플렉서칩은 기존 CMOS(상보성 금속산화물반도체)칩에 비해 정보처리 속도는 40Gbps에서 45Gbps로 빨라졌고, 들어가는 소자는 42개에서 19개로 줄어들었으며,소비전력은 기존 100㎿에서 22.5㎿로 낮아졌다.

멀티플렉서란 통신시스템에 낮은 속도로 병렬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더 높여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회로로 초고속 통신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다.

이번에 개발한 공명터널다이오드는 일정한 전압과 전류 수준을 넘으면 전자의 흐름이 갑작스럽게 감소하는 현상을 이용했다.

기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0과 1의 조합인 반면 새로운 공명터널 칩은 0과 1 외에 '제3의 값'을 처리할 수 있어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기존 통신칩은 전력소모가 너무 많고 고열까지 발생했다"며 "새로운 칩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했으며 기존 화합물(갈륨 비소 알루미늄 등) 반도체 소자 기반의 초고속 집적회로 공정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차세대 40Gbps급 광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부품을 국내 원천기술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2006년 16조원이었던 초고속 통신시스템용 IC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0년에는 3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