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취소…PB상품만 구입…무차입 경영

고유가에다 경기 후퇴 조짐이 나타나면서 일본 가계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여름 휴가철 해외 여행은 줄고 저렴한 자체상표(PB) 상품이 인기를 모으는 등 나라 전체가 '절약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올 여름 휴가철 일본에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항공료가 크게 오른 것이 요인 중 하나다.

보통 운임과 별도로 유가 상승분을 따로 받는 연료 특별부가 운임이 미주ㆍ유럽 노선은 1인당 왕복 5만6000엔(약 54만원),하와이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4만엔에 달하면서 해외 바캉스 예약이 급감했다.

일본 ANA항공은 7~9월 중 국제선 예약자가 전년의 75~8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여행의 경우도 자가용보다 기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도카이여객철도(JR도카이)의 철도 여행상품 판매는 올 들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주부들은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싼 제품만 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유통 전문 자매지인 '닛케이MJ'가 뽑은 올 상반기 히트 상품은 대형 마트나 유통업체의 저가 PB 상품이 차지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올 여름 상여금은 전년 대비 0.59%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또 일본 상장 기업의 40% 이상은 보유 현금이 금융 부채보다 많아 실질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금융사를 제외한 1594개사의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금융부채 의존도도 28%로 떨어졌다.

1990년대 버블 붕괴 때는 이 비율이 40%를 넘었다.

경기 후퇴에 대비해 빚부터 갚고 있는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