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자리잡은 창업지원센터(SCORE).이곳에선 기업최고경영자,대학교수,고위공무원,기업임원,엔지니어,레스토랑 사장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은퇴자들로 구성된 상담역들이 창업을 지원해 주고
있다.

LA 창업지원센터는 모두 25개 지부를 두고 있고 지부당 5명씩 모두 75명의 상담역들이 근무하고 있다.

LA은퇴자창업지원센터의 리처드 하델 회장(76)은 “처음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그래야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국민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LA창업지원센터에서는 연간 1만여명에게 창업지원 상담을 해준다.상담역 1인당 120건 정도에 달하는 셈이다.

창업 상담분야는 세탁소 운영에서부터 음식점,금융업,유통업까지 다양하다.

금융업 창업 희망자에게는 은행 CEO 출신 상담역이 컨설팅을 해주는 식이다.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일본식 스시점은 최근 LA창업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은 기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스시점 대표인 일본계 미국인인 지미 유씨는 2005년 캘리포니아 남부에 음식점을 창업할 때 SCORE로부터 투자비용과 음식점 위치,자금 조달방법,인건비 책정까지 조언을 받았다.

여기에 참여한 상담역은 LA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경험과 지식이 풍부했던 베테랑이었다.

이 스시점은 문을 연 이후에도 계속 컨설팅을 받아 지금은 미국 전역에 수십개의 체인점을 만든 대형 음심점으로 성장했다.

음식점이 체인을 넓혀가면서 수백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에는 현재 모두 380개 카운티에 SCORE가 설치돼 있으며 여기에 근무하는 상담역은 1만1400명,창업 컨설팅 실적은 지난 한햇동안 44만321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1만410건은 창업지원센터에서 직접 상담이 이뤄졌고 온라인 컨설팅(11만8746건),워크숍을 통한 컨설팅(1만3000여건) 등을 통해서도 창업 상담이 진행된다.

SCORE의 컨설팅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은 수두룩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99센트숍(일본 100엔숍의 일종)과 세계적 건강식품회사인 트레이더 조스도 SCORE의 작품이다.

창업이 성공하면 곧바로 일자리창출로 이어진다.

하델 회장은 미국 전체적으로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연간 수백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SCORE가 활성화된 데는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에 해당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SCORE 상담역들은 임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은퇴자들이 기술과 노하우를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을 갖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교통비와 점심값 등은 SCORE가 지원하지만 나머지 비용은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한다.

10여년 전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 뒤 한국계론 유일하게 LA 창업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건우씨는 "미국 사람들은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봉사하려는 정신이 투철하다.

그래서인지 무임금으로 일해도 창업지원센터가 잘 굴러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금을 받지 않지만 상담역의 자격요건은 까다롭다.

우선 비즈니스에서 성공해야 상담역으로 채용된다.

대학교수,고급공무원,엔지니어,변호사,회계사 등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상담역에 응모할 수 있다.

그러나 하급공무원출신이나 중고등학교 선생,일반기업 사원출신 등은 아예 상담역 진출이 봉쇄된다.

전문지식이 부족한데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SCORE가 일자리창출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최근엔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의 정부관계자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하델 회장은 자랑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식 창업지원시스템을 원한다면 언제든 컨설팅 해줄 수 있다"며 "문화는 틀리지만 한국 풍토에 맞는 창업지원제도를 정착시키면 일자리창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로스앤젤레스(미국)=윤기설 노동전문 /코펜하겐(덴마크)=김철수/더블린(아일랜드)=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