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ㆍ고물가) 국면에 와 있어 당분간 방어적인 투자가 바람직합니다."

'피델리티 멀티에셋 내비게이터 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트레버 그리섬 피델리티자산운용 자산배분그룹 이사는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리섬 이사는 "선진 시장의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 이후 신용조건을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상품 가격은 신흥시장의 수요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주식시장은 변동 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그는 "인플레이션 국면이 정점을 쳤다는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유가 하락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최근 상승의 요인이 된 이머징 국가들의 금리인상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저성장ㆍ고물가 국면에서는 주식 투자비중을 줄이고 상품과 채권,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가 운용하고 있는 '멀티에셋내비게이터펀드' 펀드의 경우 주식보다 채권 비중이 더 높다.

이 상품은 주식, 부동산, 상품, 글로벌채권, 현금 등 5개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5월1일 기준 주식 28%, 상품 15%, 글로벌 채권 43%, 현금 15%에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비중은 없다.

그리섬 이사는 "향후 6년간 주식 투자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하락 또는 경제 성장 조짐이 있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이나 미국 주택시장 회복이 주식 비중확대의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