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 현대자동차 노조 공보부장께.

본지 5월29일자 A1면 '고유가로 경영난 심각한데,현대차 노조 웬 쇠고기파업'기사를 읽고 보내준 편지 잘 읽었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기사 때문에 화가 났다니 미안합니다.

사실 나도 장 부장의 글을 읽고 노조집행부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7년 전이나,지금이나 기사의 내용이 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때가 되면,거푸집처럼 짜여진 가사(?)에 '철 지난 유행가'의 음율이 반복해서 읊조려지고…"라고 했죠.왜 그랬을까요.

왜 7년 동안 똑 같은 기사를 썼을까요.

그동안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과 울산시민,그리고 국민들에게 보여준 행태를 되짚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당장 최근의 '쇠고기파업'관련 찬반투표는 어땠나요.

조합원들이 부결시킨 파업을 집행부가 관련 노동법은 물론 노조규약까지 무시하고 가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니까 이젠 또 다른 파업을 위한 명분쌓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비정규직문제 등 중앙교섭 결렬을 빌미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더군요.

금속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복지와 상관 없는 문제로 파업에 내몰립니다.

이는 민주노총이 '촛불민심'에 편승해 하투(夏鬪)동력을 키우려고 다음 달 2일 강행하는 정치파업의 선봉에 서기 위한 수순으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지난 12~13일에 이어 오는 26~27일 또 다시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데 한 달에 두 번씩이나 찬반투표를 벌이는 곳은 현대차 노조밖에 없을 겁니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파업중독증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올 만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얻어맞고,바꿔야 할 부문이 있다면 정확히 지적해 주십시오.저희들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제시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했죠.울산시민과 국민들이 현대차 노조에 바라는 것은 한결 같습니다.

명분이 약해 조합원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쇠고기파업 그만두고 경쟁력 있는 자동차 만들어 세계 최고 자동차메이커가 돼 달라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 노조의 '맏형'답게 어른스럽게 행동해 달라는 겁니다.

고유가로 나라경제가 어려운데 귀족노조의 생떼쓰는 모습이 서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요.

흔히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현대차 노조집행부가 변하지 않는 한 유감스럽게도 그걸 반영해야 하는 신문기사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신문기사를 탓하기 전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게 순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진짜 똑같은 기사를 반복해 쓰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 아침자 신문에는 '현대차 10년간 무파업 선언'이라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으면 합니다.

지리한 장맛속 햇살 같은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좀 도와주세요.

추신:"누구의 압력이나,강요에 의해서 쓸 수밖에 없는 기사일지는 모르지만…"이라고 했는데 현대차노조지부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의 압력에 의해 정치파업에 나서는지 모르겠지만 외부강요 때문에 사실을 왜곡보도하는 기자는 없다는 것을 꼭 알려드립니다.

김수찬 사회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