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막을 내림에 따라 부산항 군산항 등 전국의 물류거점들이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운송료 협상이 끝나지 않은 일부 사업장은 여전히 수출화물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어 물류기능의 완전 정상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입구.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며칠째 장대비가 쏟아졌으나 이날만큼은 빗발이 그치고 하늘 위로 잔뜩 드리웠던 먹구름도 가셨다.

대신 구름사이로 밝은 햇빛이 내리 비치는 부두는 예전의 활력 그대로였다.

몰려드는 컨테이너 화물차,분주히 짐을 내리고 싣는 크레인,교통정리에 나선 부두직원의 호각소리.12m 높이로 거대한 산을 이뤘던 컨테이너 더미들도 논물 빠지듯이 줄줄이 실려 나갔다.

수출입 물량을 반입하려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루종일 부두 주변은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렸다.

파업기간 동안 평소의 30% 수준에 불과했던 화물차 운행률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87%선까지 회복됐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의 이정선 플래너팀장은 "야적장에 쌓아 둔 컨테이너를 빼내느라 정신이 없다"며 "완전 정상화에는 1주일 정도 필요하겠지만 3∼4일 지나면 수출입화물 선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화학 공업의 거점인 울산도 부산한 모습이었다.

한때 수출화물 수송이 중단됐던 온산항 정일컨테이너 터미널도 이날 시간당 수송률이 파업때보다 50∼60%나 늘어나 하루 처리물량이 1500TEU에 달했다.

군산항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각 부두에서 농성중이던 화물연대 전북지회 조합원들이 철수하면서 90%대에 육박했던 장치율도 이날 80% 초반으로 낮아졌다.

막혔던 물류의 맥이 뚫리면서 조업을 재개하는 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기업들의 화물운송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11일간 파업이 계속됐던 충남 서산의 대산유화단지에선 화물차량 운행이 크게 늘어났다.

유화단지 내 6개 업체 가운데 LG화학 등 5개사가 화물연대와의 운송료 협상을 타결하거나 잠정합의한 상태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구미공단의 전자업체들도 정상적으로 화물 반출입이 이뤄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17일과 19일 가동을 중단했던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날 협상이 완전 타결돼 물류 운송이 곧바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아직 운송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출선적 등 차질을 빚는 사례도 여전하다.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 생산차량 수송을 맡고 있는 글로비스는 물류정상화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카캐리어분회와 잠정합의한 운송료 인상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이날 재협상에 나서는 등 타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과 강릉 라파즈 한라시멘트는 화물연대 조합원의 농성과 운송거부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운송 거부 1주일 동안 밀려있는 물건이 많아 물동량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비상 수송 차량을 계속 투입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수언/부산=김태현/광양=최성국/울산=하인식/인천=김인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