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가 '집값 담합'의 장(場)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시세보다 무려 2배 부풀린 가격으로 매물을 인터넷에 등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가격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닌 개인도 몇 천원의 수수료만 내면 인터넷에 부동산 매물을 등록시킬 수 있는 제도적 결함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사이버 담합'을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도 없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0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 B아파트 79㎡(23평)형 매물 가격은 1억6000만~3억원으로 최고가가 최저가의 거의 배에 달한다.

최고가 3억원짜리는 모두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등록한 매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들이 등록한 매물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은 2억3000만원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억원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며 "2억3000만원에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달 저층은 1억7000만원,고층은 1억98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비정상적인 가격대의 매물이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영통구 일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네이버의 모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3억원 이상 가격으로 매물 등록하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카페의 게시판에는 '2000원 들여서 1억원 버는 길이다.

다들 하나씩 등록하자' '3억원 이상의 매물이 등장하면 싸게 내놓은 사람들이 매물을 많이 거둬들일 것' 등 가격 담합을 부추기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주민들이 부녀회 모임 등을 통해 싼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결의하는 경우는 많았지만,직접 인터넷을 통해 매물 가격을 부풀리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담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이 같은 현상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부동산에는 수수료 2000원을 내면 개인도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시세나 실제 소유 여부에 대한 검증 절차는 없다.

다음과 야후 등 다른 인터넷 포털들도 수수료 1만~3만원이면 별다른 제약없이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담합 행위가 인터넷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러나 '사이버 담합'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보과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올리는 인터넷 허위 매물은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나 개인들은 사업자가 아니라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네이버부동산에 대해 어떤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인터넷 시세는 참고 정도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