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황이 악화하면서 인재시장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었다.

"인재시장에 언제 맑은 날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인재시장의 분위기는 기업들의 간헐적 채용 움직임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 정도로 우울하다.

물론 기업들이 채용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신규 설립이 계속되고 있는 증권회사와 자산운용회사를 중심으로 한 증권금융 분야,유가상승으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 분야,환율상승으로 채산성이 좋아진 자동차 기계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수출 분야에서 인력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컨설팅과 의료 서비스 분야 등은 여전히 '인력난'을 외칠 정도다.

주목해야 할 것은 채용감소의 주된 대상이 신입사원이지 경력사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경력사원 채용은 꾸준하다.

신입사원들은 갈 곳이 없어 야단이지만 대리 과장급의 경우 기업들은 경력사원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경력사원의 부족은 기업들의 신입사원 기피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졸 신입사원들의 눈높이는 대개 대기업,외국계기업,공기업 등 높은 보상과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쪽에 붙박이장처럼 고정돼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인력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대졸 신입사원들이 늘고 있는데,눈높이 때문인지 이들의 상당수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하차한다.

이 때문에 중소중견기업들조차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을 망설이게 됐고 경력자 선호현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난과 경력자 구인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기상황은 채용시장의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미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의 경우 취업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안정된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중소중견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첫 직장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대기업만 목표로 하다가 자칫 시기를 놓쳐 2그룹이 아닌 3그룹의 인재시장으로 내몰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잘 찾아보면 입사할 만한 중소중견기업이 많다.

연봉이나 근무환경,기업문화 등에서 대기업에 뒤지지 않고 승진과 보직 등에서 대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우리경제에서 대형화와 겸업화는 분명한 추세여서 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문화와 고급화 역시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대기업이 대형화와 겸업화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은 전문화와 고급화에 주력하게 된다.

중소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