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원들이 20일 첫 봉급을 받는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 입성한 지 22일째지만 법적으로 일주일 안에 하게 돼 있는 개원식도 치르지 못한 터다.

국민은 고유가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내팽개친 의원들이 세비만 챙겨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의원은 개원이 미뤄지면서 국회활동을 아예 접었다.

서울지역의 한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정책 활동은 하지 않고 당 활동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내 조직을 맡아 활동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A의원은 보좌진들과 스터디 모임을 꾸렸다.

아예 국회 앞에 오피스텔을 얻어 과거 의정기록 등을 검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거의 고시 공부하는 수준"이라며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외 투쟁을 선언한 통합민주당의 경우 최근까지 당 차원의 규탄대회와 서명운동에 의원들이 동원됐다.

재선 B의원은 "등원 거부는 미친짓이라고 본다.

당의 집회 참여 요구를 거절할 핑계를 대기 위해 지역구 행사에 열심히 참석하며 의원회관에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쇠고기 정국에서 스타로 떠오른 C의원 측 관계자는 "촛불집회 연행자들을 위한 항의 방문을 하루에 20여군데씩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며 "보좌진도 집회 연설문 작성과 인터뷰 일정 잡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각당은 '면피성 모임'을 잇달아 꾸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은 '국민생활실태파악단'을 결성해 소속 의원 전원을 4개 분과로 분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활동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상시국회의'를 조직해 의원들을 5개 대책위원회에 나눴지만 쇠고기 정국과 연관된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유명무실하다.

대운하저지 대책위에 속한 D의원은 "한번 모였는데 급조된 만남이다 보니 활동계획과 관련한 장황한 이야기만 나오다 끝났다"고 했다.

자연 의원 보좌진과 국회 사무처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18대 들어 의정활동과 연관되는 일을 한 것이라곤 의원 사무실을 옮긴 첫 일주일 동안 이삿짐을 나르고 정리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도 "국회가 열려야 정상 업무를 할 수 있는 부서들은 사실상 휴가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