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이상 고급차.경유차 판매 갈수록 감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가격 1억원 이상의 대형 고급차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차 판매가 줄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근접하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등 사상 유례 없는 고유가의 영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주된 수요층을 이루고 있어 고유가와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수입차 시장까지 고유가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양상이다.

◆벤츠도 저배기량 모델이 인기

올 들어 5월까지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은 27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64대에 비해 9.4%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32.3% 증가하고 특히 4000만원 이하 수입차 판매대수가 69.3% 급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억원 이상 차량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4%에서 올해는 5월 말 현재 9.9%로 떨어졌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1억원 이상 수입차는 연료 효율이 낮은 배기량 4000~5000cc급 모델이 대부분"이라며 "고유가 상황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 중에서도 저배기량 모델이 주력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S클래스(배기량 3000cc 이상)는 올 들어 5월까지 769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이 1.5%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배기량 2000cc급인 마이비의 판매량은 80.6% 늘어났다.

준중형급인 C클래스의 판매량도 15배 넘게 불어났다.

아우디의 대형 승용차 A8도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량이 22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감소했다.

◆푸조 재규어 등 디젤차 타격

수입 디젤차는 경유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월 984대였던 수입 디젤차 판매대수는 3월 938대로 줄어든 이후 4월 898대,5월 860대 등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1.5%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나타냈었다.

업체별로는 푸조와 재규어 등 디젤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푸조는 주력인 307SW 디젤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30.7% 감소하면서 5월 말 현재 전년 대비 판매량이 2.3% 줄었다.

XJ 2.7D 등 디젤 모델의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 재규어도 올 들어 판매 증가율이 7.7%에 그치고 있다.

주력 모델을 디젤 모델로 교체해 가는 과정에 있는 아우디도 판매 실적이 6.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수입 디젤차는 동급의 가솔린차와 비교해 연비가 20% 뛰어나고 성능도 우수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연료비 절감 효과가 거의 사라져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