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광양항 화물처리 10%대 … 개항이래 최악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물류 차질이 본격화되면서 전국 산업현장에 연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KCC가 출하 중단으로 재고가 누적되고 원료 수급난이 발생하자 잠정적으로 석고보드 생산을 중단키로 하는 등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철근과 시멘트 등을 공급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건설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내륙 컨테이너 기지 '마비'

수도권 물류 중심인 경기도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가 파업 첫날 사실상 멈춰 섰다.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를 관리하는 경인ICD에 따르면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날 출하된 컨테이너는 고작 70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이마저 노조원들이 파업 출정식이 열리기 전인 오전 9시까지 반출한 것으로 이후에는 화물차량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국제여객터미널 적치장은 컨테이너를 평소 3단 높이(12m)로 쌓았으나 화물연대 파업 이후 5단(20m)으로 올린 상태다.

수출입화물의 관문인 부산항에서도 물류대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부산 감만부두 등 일부 컨테이너 전용부두에서 수출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선적이 취소되는 등 파업 첫날부터 부산항의 컨테이너 운송과 선적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수입 컨테이너 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컨테이너 야적장의 장치율이 높아져 부두 가동이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는 중소 철강회사들도 늘고 있다.

행남자기는 여주공장에서 부산항을 통해 이탈리아로 보내려던 200박스 분량의 호텔 식기류를 선적하지 못했다.

부산해양항만청은 대체 수송수단으로 군 트레일러를 긴급 투입하는 등 물류 적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차량이 턱없이 부족해 부산항의 마비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부산북항의 야적장 장치율도 평균 80%를 기록하면서 부두마다 컨테이너들이 쌓였다.

◆항만 화물처리율 사상 최악

지난 9일 화물연대 서경지부 평택항분회의 선도 파업으로 평택항 컨테이너 적치장의 화물운송은 닷새째 마비됐다.

평택항을 운행하는 전체 컨테이너차량은 1022대 중 34.9%인 357대만 화물연대 소속이지만 노조 측이 부두 봉쇄에 나선 데다 나머지 비화물연대 컨테이너차량 운전사도 대부분 파업에 동조해 운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부터 카캐리어를 모는 화물연대 조합원 40여명도 파업에 동참해 기아자동차 완성차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평택항 동부두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 적치장(적정 1400TEU)은 이날 포화상태를 넘어 장치율이 103%(1443TEU)에 달했다.

전남 광양항은 화물처리율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광양항에 따르면 평소 5500TEU이던 일일 물동량이 17% 수준인 940TEU로 급락했다.

2006년 화물연대 파업 때 화물처리율인 30~40%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더구나 화물연대에 동조하는 비조합원들이 늘고 있어 향후 물류마비로 인한 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양항 비상수송위원회 이호훈 팀장은 "광양항 화물 처리량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1998년 개항 이래 처음"이라며 "이번 주말에는 처리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광양항 물류 마비로 호남지역 대형 수출업체들의 제품 출하도 속속 중단되는 추세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과 삼남석유,제일모직 등은 물론 순천의 현대하이스코,광주의 금호타이어 등은 화물 반출입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화물연대 곳곳 출입로 봉쇄

인천항의 수출입 화물 처리도 거의 중단됐다.

현재 인천항에서 운행되는 화물차가 평소의 10% 수준에 불과한 까닭이다.

현대제철 앞에는 이날 아침부터 화물차량 40여대가 회사 봉쇄에 나서면서 철강제품 출하가 거의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화물연대의 출입 봉쇄 시도로 평소 철근 출하량 1만5000여t의 10% 정도만 이날 수송을 마쳐 150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직영 화물차는 63대에 불과해 이들 차량만 운행 중이지만 이들 차량으로는 하루 철강제품 출하량의 10% 정도밖에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내수와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수언/오진우/이재철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