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째 계속되는 촛불 시위,파업으로 멈춰선 물류,100만명에 이르는 백수 가장,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촛불 꺼지기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정부,갈등만 조장하는 정치권….'

2008년 6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어느 곳을 봐도 희망 섞인 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실직,경기 침체로 '짜증지수'가 높아진 마당에 스트레스를 부르는 각종 사건·사고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우울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광우병 파동'은 전 국민을 '잠재적 우울증 환자'로 만들 수 있다고 의학계는 경고한다.

민성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잃었다' '당했다' '믿고 따를 사람이 없다'는 상실감은 분노를 부르고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해소할 방법이 없을 때 우울증이 생긴다"며 "요즘처럼 침울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어느 누구도 우울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우울한 코리아'는 치료제 판매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 1분기 국내 우울증 치료제 판매액은 283억원으로 작년 1분기(239억원)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제약 시장 성장률(2조3652억원→2조6524억원)인 12.1%를 뛰어넘은 수치다.

올해 우울증 치료제 판매액은 1100억원을 돌파,2003년 529억원을 기록한 지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의학계에서는 우울증 치료제 시장이 급팽창하는 원인으로 정신병원의 문턱이 낮아진 것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스트레스 노출 빈도가 경쟁 심화 등으로 크게 늘어난 점을 꼽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조사 결과 국민들이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에 걸리는 비율은 2001년 4%에서 2006년 5.6%로 증가했다.

이준영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과 교수는 "국내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60%가량이 우울증 환자일 정도로 우울증은 엄청난 손실을 안기는 질병"이라며 "과거 '주부병'으로 불리던 우울증이 전 국민에게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울증을 앓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조울증이란 갑자기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공존하는 병으로,10~20대 때 앓는 경우가 많다.

조증과 우울증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쎄로켈'의 올 1분기 국내 판매액(49억1100만원)이 2006년 1분기(36억1600만원)보다 35.8%나 늘어난 게 이를 방증한다.

우울증과 조울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은 뇌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질병인 만큼 뇌에 '좋은 자극'을 많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시로 주고 받고,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비난과 저주의 글귀가 난무하는 사회적인 이슈에 온 몸을 내던지기보다는 냉정을 되찾고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