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놓고 여권 내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지난 11일 당ㆍ정협의 결과를 설명하며 공기업 민영화 및 대운하 정책을 후순위로 돌리기로 했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운하는 반대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뒤로 밀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공기업 개혁 작업을 늦추는 데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 개혁 작업을 주도해 온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12일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더군다나 당ㆍ정이 협의회에 앞서 정작 주무 부서인 국정기획수석실과는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공기업 개혁과 관련,"집권초기 1년 동안 못하면 물 건너간다"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수석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드러내 놓고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청와대 진용이 새롭게 짜여지고 쇠고기 파문이 수그러들면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공기업 개혁을 두고 자칫 당ㆍ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공공 부문 개혁을 초반에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국민들이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작은정부를 만들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어줬는데 상황이 안좋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과 같이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개혁해야 정부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이걸 못하게 하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와 달리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선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쇠고기 파문이 진정되면 재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미 당ㆍ정 조율이 끝난 것인데,무슨 뒷북치기냐"라며 "청와대가 지금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입이 있어도 다물어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