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민영화 준비 작업이 거북이 걸음이다.

민영화에 대비한다며 예금 확대를 골자로 한 수신 기반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으나 정작 예금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의 비중이 늘고 있어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업은행의 총수신은 93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말 87조9100억원보다 5조8200억원(6.6%) 늘었다.

이 기간 중 중금채는 40조9000억원에서 45조4300억원으로 4조5300억원(11.0%) 증가해 총수신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정기예금은 5조4100억원에서 5조71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통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은 14조3300억원에서 13조8700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기업은행의 수신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에 따라 급증하는 추세다.

총수신에서 중금채의 비중은 2005년 말 24.4%에서 2006년 말 40.6%,지난해 말,46.5%,올해 5월 말 48.4%로 껑충 뛰었다.

시중은행 총수신에서 은행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정기예금과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은 2005년 말 42.7%에서 지난달 말 20.8%로 반토막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신 구조와 관련,"중금채의 37%가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창구 판매인 만큼 사실상 예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2년5개월 동안 정기예금이 7조원가량 감소했지만 일반인 대상 중금채 판매액이 12조원가량 늘어나 수신 기반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조달비용이 낮은 중금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계에선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중금채 발행 한도가 현재 100조원 정도에서 27조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수신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