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증시에 강펀치를 날리는 고유가로 인해 지수가 1750선까지 밀리며 비틀거리고 있다. 이틀 쉬었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다는 소식이 외국인을 움츠러들게 한 영향이 크다.

지금 전 세계의 관심은 유가 급등에서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그 대처 방안으로 몰리고 있다. 각국의 기름값이며 음식값이 오르는 통에 물가상승에 대한 비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슬슬 금리인상안이 부각되고, 유가급등의 주 요인중 하나였던 달러 약세를 바꿔보자며 달러 강세론도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얼마 전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에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향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를 잡으려는 이런 움직임들이 우리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인상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가 잡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지만 긴축 초기에는 금융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성봉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 피력일 수도 있으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본격화의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며 상황을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조용현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론과 관련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소비 비중이 큰 미국입장에서 수출은 위축되겠지만 소비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가 살아날 경우 우리 증시에서는 IT나 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들에 호재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풀이될 수 있다.

달러 강세의 경우 증시의 외국인 수급과 맞물려 조금 더 복잡해진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인 미 달러화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가 위축될 수 있어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무산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의 조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유가안정이라는 대형호재와 수출경쟁력 제고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달러 강세의 장점에 좀더 주목했다.

고유가로 인한 쇼크가 강하다 보니 거시적인 관심사가 전에 없이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사안의 대안은 효과를 발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닥친 문제가 진행중이니 긴장을 풀 수 없다. 이날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기도 해서다.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는 있지만, 장 마감까지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당분간 시장에 호재도, 주도주도, 이렇다 할 수급 주체도 없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끝날 지 걱정스럽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