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경제 정책 기조를 성장 위주에서 안정 위주로 바꾸고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 건설과 공기업 민영화는 후순위 과제로 돌리기로 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1일 주례 당정협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생산자 물가가 11% 급등한 것을 비롯해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 급증 등 IMF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한 조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의장은 "내주 중으로 기획재정부,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거시경제 요소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권 정책 책임자가 성장에서 안정으로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가 급등,단기외채 급증 등 최근 거시경제 지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사실상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전면 수정을 의미한다.

임 의장은 "IMF 이후 첫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새마을금고 등 생활밀착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유가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는 내년도 임금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경상수지는 하루아침에 흑자로 돌려놓기가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만약 투자가 늘어나면 적자폭이 더 커져 거시경제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의장은 "현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과연 괜찮은지 등을 점검해 정확한 경제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점검 결과에 따라 경제성장률 목표치(6%)를 추가로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공기업 민영화와 대운하 사업과 관련, "지금 상태에서 정부가 계획한 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 의장은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민영화를 통해 공공서비스 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경우에 해야 하는데 따져 보면 그런 영역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해 정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그동안 공공부문 개혁은 예산,인원 감축 등 인풋을 줄이는 데 맞춰져 있었는데 앞으로는 일하는 방법이나 마인드 셋을 바꿔 좋은 서비스를 빨리 제공하는,즉 아웃풋을 늘리는 질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