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말콤 나이트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무리한 차입투자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회사와 펀드들이 차입투자(레버리징)를 급속히 늘려온 까닭에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이를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작년 여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신용위기는 금융회사 등의 차입이 얼마나 과도한 수준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나이트 총재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신용위기 국면은 지났지만 여전히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이며 자산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진단한다면.

"부채를 줄이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보유자산 매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디레버리징 영향으로 자산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금융회사들의 디레버리징은 작년 여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되고 있다.

유동성과 관련한 불확실성,거래상대방 위험,신용리스크 등이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

이제 디레버리징은 몇 달 전에 비해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JP모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금융시장 충격 완화책도 한몫했다."

―디레버리징이 마무리 단계라고 봐도 되나.

"누구도 알 수 없다.

지난 4~5년간 엄청난 규모의 차입 투자가 이뤄졌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단이 없다.

우리는 지금 디레버리징이 어느 단계만큼 와 있는지,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금융자산에 대한 시가평가 규정이 디레버리징을 가속화해 신용경색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있는데.

"금융자산과 부채를 시장가치로 평가토록 하는 회계기준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의 고통이 커진 측면이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땐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려다보니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좀 더 길게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다.

디레버리징이 가속화하면서 금융회사들이 빨리 손실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심각한 경기침체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이번 신용위기로 인한 손실은 과거 스웨덴 일본 칠레 금융위기나 미국의 저축대부(S&L)조합 위기 당시의 손실보다도 훨씬 적을 것이다."

―디레버리징 외에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를 꼽는다면.

"달러의 변동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점증하는 환율 변동성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금처럼 달러가 약세인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메워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실치 않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원유와 다른 원자재시장의 가격을 보면 상황이 분명해진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