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미국 및 유럽 금융회사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틈을 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은행들 간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이 지역에서 M&A를 통해 도소매 영업을 강화,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 통계를 인용,"올 들어 5월까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은행 간 M&A 규모는 353억달러로,2007년(190억달러)과 2006년(150억달러)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이 지역 은행 간 M&A 규모가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과 UFJ홀딩스 간 합병(590억달러 규모)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5년(692억달러)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이 지역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M&A로는 호주 웨스트팩이 경쟁 은행인 세인트조지은행을 180억달러에 사들인 것을 들 수 있다.

중국 초상은행이 홍콩 윙룽은행 인수(47억달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굵직한 거래로 꼽힌다.

이 밖에 인도 및 일본 내 금융사 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M&A와 동남아시아 국가 은행 간 투자 사례들이 있다.

초상은행의 윙룽은행 M&A를 자문한 JP모건 아시아ㆍ태평양금융그룹 올리버 그리벨 대표는 "올해 이 지역 M&A는 어느 해보다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M&A 전략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벨 대표는 "호주 은행들은 국내 은행 간 합병을 선호하는 데 반해 일본과 중국 은행들은 역외지역 은행의 경영권 혹은 지분 일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영토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윙룽 매각을 자문했던 크레디트스위스아시아그룹 롭 제수데이슨 대표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 20여개 은행이 막대한 보유 현금을 활용해 이 지역 1위 은행이 되기 위해 적극적인 M&A 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금융사들은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추진 중이어서 M&A에 나설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