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챔피언십 마지막날 6오버파로 또 무너져
'대만의 박세리'청야니 연장 우승


4명(대만)과 38명(한국).10배에 가까운 수적 우세에다 3라운드 선두도 한국 선수.그런데도 우승컵의 주인공은 대만 선수,그것도 올해 투어에 데뷔한 '신인'이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블록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맥도날드LPGA챔피언십.3라운드까지 이지영(23·하이마트)이 1타차 단독 선두였기 때문에 추격 선수들인 로레나 오초아(27·멕시코),아니카 소렌스탐(38·스웨덴) 등과 우승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지영은 전반에만 2타를 잃으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후반에는 '리더 보드'에서조차 이름이 사라졌다.

이지영은 13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하더니,전날 이글을 잡았던 15번홀(파5)에서는 '트리플 보기'를 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2005년 제주에서 열린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그 이듬해 미국에 진출한 이지영은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맞이하고도 아직 투어에서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2007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는 연장전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컵을 날려버린 적도 있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267.7야드(랭킹 6위)로 투어에서도 내로라하는 장타자인 이지영이 3년 가까이 2위만 다섯 번이나 하는 등 번번이 우승문턱을 넘지 못한 데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따른다.

'독기 부족'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멘탈이 약하다는 뜻이다.

이지영은 항상 웃는 낯이다.

미소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승 경쟁을 벌이는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약해 보일 수도 있는 것.우승은 정규라운드 막판이나 연장전에서 결정되는 법인데 그런 결정적 순간에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다보니 경쟁자들에게 덜미를 잡히곤 한다.

이지영을 잘 안다는 A씨는 "무른 성격에 욕심과 불안이 겹치면서 마지막 몇 홀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게임을 세밀하게 풀어가지 않고 대충 치는 듯한 플레이 패턴도 약점이다.

지난해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 연장 세 번째홀에서 70㎝ 파퍼트를 남기고,마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홀아웃하려다가 실수를 한 것이 좋은 예다.

물론 그 짧은 퍼트 하나 때문에 우승컵은 수잔 페테르센에게 돌아갔다.

A씨는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지영이는 특히 긴장하면 퍼트가 안 된다"고 전한다.

미LPGA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많다 보니 우리 선수들에게 긴장감이나 우승에 대한 절박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풀이도 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서너 명이 활약하던 1990년대 말이나 2000대 초에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으로써 존재가치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 걸음 옮기면 한국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보니 굳이 우승을 하지 않더라도 '톱10'에 몇 차례 들면 투어에서 연명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김미현의 아버지 김정길씨는 "한국 선수들이 느슨해진 반면,외국 선수들은 눈을 부릅뜨고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고 있다"며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1세대 선수'들이 메이저 우승 물꼬를 터주어야 후배들이 그 본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년 전 이 대회 때 박세리다.

이지영이 무너진 반면 대만의 청야니(19)는 세계적 선수로 떠올랐다.

3라운드까지 이지영에게 4타 뒤졌던 청야니는 최종일 4타를 줄인 끝에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마리아 요르트(스웨덴)와 공동 1위가 된 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2004년 US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 미셸 위를 제치고 우승한 것을 포함,아마추어 시절 19승을 올리며 '대만의 박세리'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청야니는 19세4개월의 나이에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했다.

신인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1998년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0년 만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