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닌 지 얼마 안 되는 김모씨(26)는 작년 하반기부터 피해망상이 심해지고 환청이 들리며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겨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를 찾으니 정신분열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보호병동에서 한 달간 입원하며 치료를 받으니 피해망상과 환청이 호전됐다.

그러나 대인관계에서의 위축감이나 자존심의 저하는 나아지지 않았다.

주치의의 권유로 낮 동안에는 같은 병원의 신경정신건강센터에서 그룹치료와 사회성 훈련 등을 받고 밤에는 귀가하는 치료를 두 달 동안 계속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지금은 직장에 복귀,큰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우울증 조울증 강박증 공포증 대인관계장애 알코올중독 정신분열증 등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치료약물의 발달로 이런 질환에 걸린 환자는 약을 먹거나 심한 경우 정신과에 입원,과거에 비해 훨씬 빠르고 쉽게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의 폐쇄병동에서 종일 머무르면 증상이 개선됐다 해도 여전히 자신감 부족,사회 부적응으로 일상에 복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오전 9시30분에 입원했다가 오후 4시 퇴원하는 '낮 정신병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979년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낮 병원 전용 공간을 만들어 운영했고 올 2월 낮 병동과 외래진료실을 복합한 신경정신건강센터로 개편했다.

이 센터는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추후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주된 이용 대상이다.

이곳에선 사회적응을 위한 인간관계·사회기술·외출 훈련,환자와 가족간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하는 가족치료,작업·미술·운동·오락요법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전자기 코일을 머리에 쓰고 두개골로 자기장을 통과시켜 두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경두개 자기자극치료나 강한 빛을 쏘여 우울증 등을 해소하는 광치료 등의 전문치료도 시행한다.

이런 각종 치료 프로그램에는 모두 9명의 상임 의료진과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하루 17명 남짓의 환자를 보살핀다.

강웅구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시설을 갖추고 종합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게 강점"이라며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앞세워 치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