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애써 준비해 온 공연을 시민들에게 맘껏 보여줄 수 없어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29일 저녁 6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원형 조형물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다.

서울시가 지난 5월부터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퍼니밴드,킹스턴루디스카 등 대중음악 밴드와 모던 팝스 오케스트라,서울 와이즈 발레단 등 다양한 광장문화 공연의 일부분이었다.

야외에서 열린 즉석 콘서트에 주변 시민들도 함께 몸을 흔들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대가 나타나면서 리허설은 중단됐다.

공연 관계자는 "그동안 준비한 것이 아까워 공연을 하고 싶지만 시위대가 폭력을 휘두를까 무섭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위해 광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간신히 공연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가 "당장 때려치워라"며 과격한 반응을 보이자 예정된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또 휴식 공간을 빼앗긴 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시청 앞 광장을 자주 찾는다는 민상현씨(42.회사원)는 "문화 공연 등 각종 행사를 보기 위해 시청 앞 광장을 찾았지만 촛불 집회 때문에 공연이 취소돼 아쉽다"고 말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측은 서울광장을 집회 장소로 쓰면서 시에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달 28일 대책회의 측에 시청 앞 광장 무단 사용료 63만9600원을 부과한 데 이어 6월2일 107만400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시는 단체가 시청 앞 광장을 사용할 경우 ㎡당 10원(시간당)의 사용료를 부과한다.

이번 촛불 집회처럼 허가받지 않고 무단 사용하면 사용료에 20%의 변상금이 추가된다.

시 관계자는 "대책회의 측이 사용료를 지불하겠다고 구두로만 통보하고 아직 안 내 그냥 속만 끓이고 있다"며 "촛불 집회로 6월2일부터 8일까지 예정돼 있는 스쿼시 대회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갖기 위해서는 주최 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해야 하고 서울시로부터는 광장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