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거리시위를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며 각계의 항의 방문이 잇따르자 경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목사 8명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이길범 경비국장을 만나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한 입장문'을 전달하고 시위대 강제해산과 무더기 강제연행, 부상자 유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유원규 목사 등 8명의 대표단은 당초 어청수 경찰청장과 면담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자 경비 책임자인 이 국장을 대신 만나 물대포 사용 문제와 향후 시위 대응에 대한 경찰의 평화적 노력을 강조했다.

2일에는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어 청장을 만나 "무저항, 비폭력 시위를 강경진압할 수 있느냐"고 따지며 고성이 오가는 정도의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의원들과 논쟁을 벌이던 어 청장이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라고 하지 마라. 시민들이 폭력시민이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선진당 측을 통해 전해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종교 및 정치인들의 정식 면담요청뿐 아니라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경찰청 앞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3일 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촛불문화제를 강행한 시민 1만여명은 세종로 진출이 가로막히자 경찰청 사 앞을 점거한 채 `경찰청장 퇴진', `연행자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과잉진압'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수도권 소재 여성단체 회원들은 4일 경찰청 앞에서 `강경진압 경찰규탄,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촉구 여성계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을 압박했다.

이들은 "국민의 주권과 건강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폭도로 취급하는 경찰의 강경진압 태도는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경찰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개선 노력을 다짐하면서도 "시위대가 차벽 등으로 구축해놓은 차단선을 넘어온다면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며 항변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