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 하락을 용인할지 말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결정타가 나왔다."(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의 3일 '물가 발언'에 대해 외환시장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050원 선에서 1020원대 중반으로 떨어지자 '반등이냐,추가 하락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외환딜러들에게 최 차관 발언이 '추가 하락'쪽으로 베팅할 구실을 줬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이날 "앞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부문에서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최 차관이 말한 '배가'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환율이 더 내려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 불안이 확산되자 고환율 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환율이 1050원 선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27일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데 이어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지나친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게 대표적이다.

최 국장은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정부가 환율 정책을 운용하는 데 물가 등 여러 가지 상황 변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 결과 환율이 102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시장에선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 차관 발언이 나오자 '정부의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이다.

외환시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에 달하고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내리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도 환율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1000원 선을 지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환율이 다시 '세 자릿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출 여건이나 경상수지 상황을 감안하면 1000원 선마저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환율이 급락하자 재정부 내에서 "시장이 조금 과민반응한 것 같다.

물가 때문에 (정부의 환율 정책이)완전히 돌아선다는 생각은 오버"(재정부 관계자)라는 발언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1000원 선은 정부가 깨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설령 정부가 깨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달러가 부족한 외환시장의 수급 논리상 쉽게 깨지기 힘든 선"이라며 "기술적 저항선이 걸쳐 있는 1005원대 안팎에서 하락 추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