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임금 인력을 찾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한 외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간 탄닌 등 현지 언론들은 2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해 봉급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는 공장 근로자들의 파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노동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업 건수는 총 295건으로,103건에 머물렀던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5월 베트남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2% 오르며 1992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파업 사태는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파나소닉의 베트남 하노이 공장 근로자 1000여명은 지난달 말부터 물가상승률 수준인 2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엔 나이키의 베트남 현지 공장 근로자 2만1000여명이 일주일간 파업을 벌이다가 회사 측이 임금 10%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조업을 재개했다.

베트남은 그동안 의류와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 업체 진출이 줄을 이었다.

저임금으로 각광받아왔던 중국과 인도의 인건비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들 지역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이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 덕분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외국 회사에 적용되는 월 최저임금은 80만~100만동(약 50~62달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기업들은 베트남에 20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 기업이 태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약 3배 많은 규모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 사태가 잇따르며 이 같은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베트남의 물가 폭등세는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해 "현재의 두 자릿수 인플레율을 한 자릿수로 복귀시키는 데는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이며 정부는 인플레가 잡힐 때까지 모든 정책의 중점을 인플레 진정에 모으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2일 기준금리를 현 12.0%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8.75%에서 12.0%로 3.25%포인트 올렸었다.

응우옌 동 띠엔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는 "금리의 추가 인상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며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등은 베트남이 물가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리를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국가신용등급평가 본부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기준금리는 현재 25%인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한다"며 "금리를 올리고 물가를 억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베트남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