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월풀 압박하고 中 하이얼 따돌리고

'LG전자ㆍ일렉트로룩스 동맹'이 출현,세계 가전업계에 판도 재편의 돌풍이 일어날 것인가.

LG전자가 일렉트로룩스로부터 '동맹'을 제의받고 검토에 들어갔다.

LG가 일렉트로룩스와의 동맹을 택할 경우 GE 가전사업 인수에 따르는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경영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1조원으로 GE 가전사업 부문의 예상 가격(월스트리트저널 추정)인 50억~80억달러(5조~8조원)의 5분의 1에 못 미친다.

일렉트로룩스는 LG전자와 GE 가전사업을 공동 인수할 경우 두 회사 간 사업교환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렉트로룩스와의 협력 강화라는 '덤'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LG-일렉트로룩스 연합 형성될까

세계 생활가전업계 1위는 2006년 메이텍을 인수한 미국의 월풀이다.

월풀은 시장 점유율 26.1%(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자료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해 19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가 손을 잡을 경우 월풀 중심의 미국 가전시장 판도가 달라진다.

2위 GE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일렉트로룩스(7.9%)의 점유율을 합치면 27.9%로 월풀을 뛰어넘는다.

LG전자의 점유율까지 더하면 30% 이상의 시장을 'LG전자-일렉트로룩스 연합'이 장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가 북미 시장에서 전략 제품을 함께 개발하고 마케팅도 공동으로 벌일 경우 월풀의 시장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를 견제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 업체가 GE 가전사업을 인수,GE의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력을 물려받을 경우 LG전자 등 기존의 메이저 업체들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보쉬-지멘스식 합작 가능성 높아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가 GE 가전사업을 공동 인수할 경우 독일 보쉬와 지멘스의 합작 방식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정도로 누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양대 가전기업인 보쉬와 지멘스는 세계 가전시장 공략을 위해 1967년 50 대 50 합작기업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15억달러로 LG전자에 이어 세계 가전시장 4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E 가전사업은 가격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지만,경쟁업체에 넘어갈 경우 걱정스러운 '계륵'과 같은 성격의 매물"이라며 "인수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경쟁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공동인수라는 카드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이얼,비디오콘 등 인수전 참가 후보

일렉트로룩스가 GE 가전사업 공동인수를 LG전자에 제의한 것과 관련,업계에서는 GE 가전사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수전 참여가 확실시되는 곳 중 하나는 중국 하이얼이다.

GE 가전사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 내 은행과 접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상태다.

인도의 비디오콘,멕시코의 마베,터키의 아르첼릭 등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