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의 경제도시인 호찌민의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남동부의 대표적 택지개발지구 푸미흥 지역.우리나라로 치면 분당쯤에 해당되는 고급 주거단지다.
5년 전 현지 건설업체가 분양한 '미칸(My Khanh) 아파트'는 최근 급매물 가격이 올초 최고가격과 비교해 40%나 떨어졌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응우옌 띠 뚜 짱(35)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 55억동(약 3억4000만원)을 호가하던 150㎡형이 최근 33억동(2억원)까지 가격을 낮췄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003년 분양가격이 650달러/㎡ 수준에서 5년 만에 4배 가까이 급등했던 올초와는 완전 딴판이다.
◆베트남 긴축으로 거품붕괴 조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통화 유동성 긴축에 나서자 베트남 부동산 시장 내 자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등 그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본격화할 조짐이 보입니다."
주가가 폭락하는 등 자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우리 정부 관계자는 우려를 털어놓았다.
2006년부터 호찌민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정기보고서를 쓰고 있다는 그는 "최근 그칠줄 모르고 뛰어 올초 정점을 찍었던 아파트 매매가격도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유동성 긴축으로 대출금리가 급등해 금융 비용이 버거워진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사업 지분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호찌민 본부장은 "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동도 없던 개발사업 투자 지분들이 최근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12.6%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올초 베트남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통화안정채권을 매각하는 등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든 후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저가 매수 기회
베트남에서 개발사업 지분이 시장에 많이 매물로 나오면 부동산 자산가격은 자동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부동산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발 사업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현재를 거품이 걷힌 베트남 부동산을 적극 매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성룡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국토해양부 주재관은 "현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정부지분 매각에 따른 신규 기업인수합병(M&A),거품이 빠진 부동산 자산 등 투자를 위한 선택의 폭이 오히려 넓어질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 상황도 한 단계 성장을 위한 일시적인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호찌민에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주로 맡고 있는 GS건설의 이상기 베트남사업부문 상무도 "베트남은 단기외채가 20억달러에 불과하고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있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서의 이점이 있는 만큼 장기투자처로서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베트남 부동산 투자 여건이 좋아지는 매력도 있다.
호찌민에서 베트남 현지 부동산 투자 자문을 맡고 있는 이홍배 법무법인 정평 변호사는 "그동안 현지인 이름을 빌려 부동산을 사오던 외국인들도 법률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베트남 내 아파트를 50년 장기임차 형식으로 보다 쉽게 살 수 있다"며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나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베트남)=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